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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디렉터 인터뷰 — 아보아보의 클래식

  • 1월 9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9일

Interview —

아보월드의 인터뷰는 옷 너머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아보아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완성해 온 인물들의 시선과 태도. 유행이 아닌 기준에 대해,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나누는 조용한 대화들을 이곳에 담았습니다.





Conversations on Classic

한아름 디렉터 인터뷰 — 아보아보의 클래식


아보아보의 이야기는 ‘클래식’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유행이나 스타일의 차원을 넘어, 아보아보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대화입니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쏟는 힘, 생략하지 않는 기본기, 그리고 여성의 내외면을 통찰하는 깊은 이해. 아보아보가 굳건히 지켜온 이 기준들은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지켜내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래는 아보아보의 클래식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풀어낸 한아름 디렉터와의 대화입니다.




Q. 디렉터님이 생각하시는 클래식은 무엇인가요?

한아름


저는 클래식을 디자인적인 요소 안에서만 찾지는 않는 것 같아요. 보통 패션에서 클래식이라고 하면 특정 실루엣이나 디테일을 떠올리지만,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더 가까워요. 자켓이나 스커트처럼 시간이 지나도 꼭 있어야만 하는 기본 아이템들이 있잖아요. 트렌드가 바뀌고, 소재가 달라지고, 실루엣이 변해도 그 안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기본기 같은 것들이요.


트렌치코트를 예로 들면, 우리가 떠올리는 트렌치코트에는 늘 반복되는 구조와 디테일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옷에서 꼭 지켜야 하는 기본기. 이 두 가지가 잘 유지된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디렉터님이 말씀하시는 ‘기본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한아름


가장 크게는 전통적인 테일러링의 기본 구조를 지키는 거예요. 자켓을 예로 들면, 서양 복식사 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정리되어 온 기본 틀이 있거든요. 어깨 구조, 심지, 안쪽의 보이지 않는 설계들처럼요. 시간이 지나면서 트렌드나 생산 효율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많이 축소되거나 생략되어 왔어요. 그런데 저희는 이런 것들을 되도록 줄이거나 빼지 않으려고 해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장 먼저 생략되기 쉬운 부분들이지만, 사실 옷의 완성도와 핏의 차이는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아보아보는 남성복 테일러드 자켓의 전통적인 기법을 여성복에 그대로 적용하는 편이에요. 해외 하이엔드 브랜드들 중에는 아직도 그렇게 만드는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 여성복 시장에서는 드문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Q.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아름


맞아요. 쉬운 선택은 아니었어요. 공수 대비, 이렇게 공을 들여도 그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늘 따라왔어요. 하지만 하이엔드로 갈수록 차이는 결국 ‘한 끝’에서 나거든요. 쉽게 만들어서는 결코 높은 완성도에 도달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팀에 했던 말이 “사명감을 갖고 하자”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해진 게 있어요. 결국 티가 난다는 거예요. 이유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고객분들은 “입으면 다르다”고 느끼세요. 컬러나 디자인처럼 눈에 바로 들어오는 요소가 아니라, 입었을 때의 느낌, 실루엣, 균형감에서 오는 차이를 분명히 감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방식이 완성도의 차이를 만든다고 믿고 있어요. 쉽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수할수록 전체적인 퀄리티는 결국 더 높아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 쏟아온 그 노력은 지금의 아보아보를 만든 중요한 자산이 되었죠.






Q. ‘보이지 않는 디테일’의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한아름


숄더 패드는 좋은 예예요. 어깨 라인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기본 부자재인데, 옷을 입었을 땐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보이지 않죠.


그런데 이 숄더 패드의 퀄리티 차이가 실루엣 전체를 완전히 바꿔요. 옷이 세련되어 보이느냐, 애매하게 느껴지느냐를 가르는 게 저는 어깨 라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숄더 패드도 직접 개발하고 있어요. 패턴과 원단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입체감을 안쪽 부자재로 ‘뼈대처럼’ 세운다고 보시면 돼요. 숄더 패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입는 분은 “어딘가 다르다”는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Q. 아보아보 특유의 클래식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드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한아름


아보아보의 실루엣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설정한 방향과 기준을 중심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팀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느냐예요.


아보아보를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작업을 해봤지만,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있어도 제가 보기에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여성의 신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제가 요구하는 라인과 감각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팀을 어렵게 구성하게 되었죠.




실루엣은 단순히 사이즈를 재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바스트 포인트, 힙의 곡선, 전체적인 비율과 미묘한 균형까지 모두 고려한 설계가 필요해요. 이런 부분은 경험이 쌓일수록, 작업을 반복할수록 더 정교해지는 영역이고요.


결국 아보아보 실루엣의 가장 큰 차이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기준과, 그 기준을 끝까지 구현해내는 팀의 맨파워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보아보만이 알고 있는 선의 흐름, 그 미묘한 차이가 압도적으로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클래식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가장 고민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아름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고유한 포인트는 유지하면서 어떻게 정교하게 다듬어 갈 것인가예요. 아보아보의 옷은 처음부터 트렌드에서 출발하기보다는 클래식하고 기본적인 디자인의 원형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유행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리오더를 하거나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볼 때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어깨 폭이나 길이, 비율 같은 부분들을 정말 미세하게 조정해요. 눈에 띄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흐름에 맞게 조금씩 다듬는 작업이에요. 오랫동안 사랑받는 옷일수록 그 생명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손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옷만 뒤에 남게 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실루엣도 같은 맥락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실루엣은 무조건 허리가 잘록해야 한다거나, 특정한 형태가 아름답다는 하나의 공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중요한 건 여성의 바디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예요.


아보아보가 만드는 클래식함의 바탕에는 여성의 바디에 대한 이해와 탄탄한 기본기를 지키려는 노력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트렌드가 바뀌고 실루엣이 달라져도 아보아보라는 브랜드의 클래식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 대화는 아보아보의 클래식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출발해,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켜내는가에 대한 답에 이르렀습니다.


여성의 신체와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설계, 기본기를 포기하지 않는 제작 방식,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도록 섬세하게 다듬어 나아가는 감각까지. 아보아보의 클래식이란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쌓아 올린 신념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확히 알고 그 기준을 삶과 작업 속에서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그 조용하지만 강인한 힘은 아보아보의 모든 피스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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